[국민일보] 물 오른 재능기부… 결혼 이주여성 등에 희망을 찾아주다
2013.06.05물 오른 재능기부… 결혼 이주여성 등에 희망을 찾아주다
자신의 재능을 무료로사회적 기업에 나눠주는 재능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지원네트워크(세스넷)에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779명이다. 이 중 424명이 실제로 활동했다.
사회적 기업 361곳이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들은 “열정을 갖고 재능을 나눠준 ‘프로보노’ 덕분에 우리 기업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보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재능기부’를 의미한다. 16일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시각디자인학전공 편가연(33·여)씨는 지난해 7월 환경 친화 제품을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제너럴바이오의 디자인 작업을맡았다. 제너럴바이오는 디자인을 전문 업체에 맡길 정도의 재정적 여유가 없던 상황이었다.
기업이름의 글씨체와 브랜드 로고, 제품포장 디자인까지 편씨가 맡았다.
같은 같은 대학원에다니는 천애리(28·여)씨와 함께 작업했다. 이 대학원 김민 교수도 거들었다. 편씨와 천씨가 하고 있는 ‘디자인 프로보노’ 사업은 2009년 8월 김 교수가 처음 제안한 것이다.
이 사업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진행된다. 디자인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사회적 기업과 실전 경험이 필요한 학생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재까지 48개사가 도움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이 졸업 후 호서대에 출강하고 있는데 그곳 학생들과 똑같은 형식으로 사회적 기업을 돕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그렇지만 조용히 살고 싶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다 몇 마디만 했다.
홍세은 서경대 미용학전공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개포동 강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여성에게 네일아트를 르치고 있다. 이들이 전문 기술을 익혀 일거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이주 여성 20명 정도가 홍 교수에게 네일 아트를 배웠다. 기술을 익힌 이주 여성들은 강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네일 아트숍 ‘네일로 내일로(N&N)’에 취업한다. 지난 2월 종강 수업때는 이주 여성들이 고맙다며 고국 음식을 준비해 왔다. 그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고, 정말 값진 것을 배운 사람은 수강생보다 나 자신”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모든 사람은 각자크고 작은 재능이 있고, 의지만 있으면 기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사임준형(35)씨는사진 기술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기업을 돕는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초까지 공정무역 커피를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트루빈즈’ 제품 사진을 4차례 무료로 찍었다.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잡지인 ‘빅이슈’에서도 무료 봉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지적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운영되는 빵집 ‘세움카페’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움카페 직원들은 비용 대신 빵을 건넸다. 이런 식으로 돕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6∼7곳 정도 된다. 임씨는 “돈이 없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왜냐면 저도 도움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정선희 세스넷 이사는 “이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러한 나눔의 가치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출처_ 국민일보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